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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유감 詩畫有感] 우 혁 시인의 ‘꼬리묶인 붕어’와 한현주 화가의 ‘현현’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21/07/02 [13:41]

 <한현주 화가의 현현顯現, - 금붕어>

 

▲  현현/한현주/22 X 15cm/ 종이에 인디언 잉크  © 이미루 기자

 

작업노트 - 한현주

 

顯現

 

비오는 날 가로등 아래서 보았던 비닐 봉지   

▲  한현주 화가    ©이미루 기자

 

빛과 어둠, 투명함과 반짝임

비닐의 속성 때문에 생긴 라도

사물이 현실에서는 비루할지라도

어느 순간 아름답게 빛날 때

세상 만물에 내재한 신성이 드러나는 순간.

 

현현이었다

 

* 현현 (epiphany)- 평범하고 일상적인 대상 속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 혹은 통찰을 뜻하는 말.

 

한현주 화가는 한양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뒤늦게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어릴때 부터 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사학을 공부하면서도 손에 화구를 놓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였으니 그녀에게 비미술 전공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그녀는 작고 비루하고 하찮은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들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 화가이다. 버려지는 비닐봉지가 그의 손을 통해 순수하고 맑고 투명한 오브제로 탄생한다. 그녀의 그림들은 쓰레기통에나 나뒹굴어야 하는 삶에 의미를 불어넣으며 세상에는 쓸모없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듯 모든 존재에로의 외경심을 불러낸다. 

2011년 개인전을 통해 본격적 작가의 길로 들어선 한화가의 2019년 펜화 전시회는 특히 세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요 전시회는 다음과 같다. 2011년 <집으로 가는 길> 개인전. 나비갤러리, 2014년 <매그놀리아> 개인전 학아재갤러리, 2019년 11.16-11.30 <애도하는 사람> 단원고 4.16 기억교실 앵콜 초대전 아지트갤러리.

 

 

<우혁 시인의 시 , 꼬리가 묶인 붕어>

 

꼬리가 묶인 붕어

우 혁

 

왜 쟤는 저래요?

답이 없어서요

 

길고 긴 물길을

빠져 나오면

너의 집

가볼 일 없는

지상에서 헐떡이는 건

붕어만이 아니었습니다.

또 어둔 길을 뚫고 가면

너의 집

 

수초를 뜯고 전선을 뜯고

길을 넘고 물을 넘어

그제서야 우리는 날 수 있다

 

왜 쟤는 저래요

방금 길을 삼켜서요

 

 

자서自敍 - 우 혁

 

살아내는 일은 견디는 일이다.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처음 보았을 때는 물고기를 형상화한 것인 줄로 착각했다.

이내 그것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형상임을 발견한다.

물고기라고 착각한 것도 그것에 '꼬리가 묶인 붕어' 라는 이름을 멋대로 붙인 건

그저 내가 있는 곳에서 느낀 환상(Maya)임이 분명하다.

 

한현주 작가의 작품들은 버려진 것들의 재현이다.

의미가 없어지거나 옅어진 것들은 감상자의 눈에서

다시 살아난다.

다시 살아난다는 건 인(燐)과 황(黃)처럼

대상과 나 사이에 번쩍이고 휘발할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의미 없는 것이 초월을 보여줄 때

비로소 나는 나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우 혁 시인

1970년 서울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2002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  <오늘은 밤이 온다, (삶창)> 

 

 

▲  무정 , 한현주  작   © 이미루 기자
▲  울타리, 한현주 작   © 이미루 기자



 

* 시화유감詩畫有感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감성마당’으로 한 편의 시와 한 점의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통해 잠시동안 잃어버렸던 감성을 깨우며 몸과 마음에 쉼과 안정감을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로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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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02 [13:41]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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