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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송백 歲寒松柏
한명희
갑진년 정월 모일에
추사의 이웃하던 송백 그 몇 그루
화전지 눈밭에 심어주었지
추위로 시드는 설 풍광에 외따론 집 하나
언필칭 살아 솟은 나무 그결로 초묵 짙게 찍어
시들지 않은 뿌리는 끝내 숨겨준 선생
그림 밖으로 천지가 백백이라
소년의 글문 두런두런 눈에 날리는 섬에서
문 밖 울타리 빽빽한 안부를 세워
추사는 다시 글을 뿌리로 묻노라고
공의 자께서 침묵하지 않은 변은
청청한 잎맥으로 사철을 지나는 일
한 폭 속으로 모두 나란히 세운 법이
간밤에 잠깐 북천을 다녀오마던 나무
여전히 파랗게 살아죽는 법
가시울타리 안 고적한 방을 엎딘 선생
어쩌면은 세찬 바람에 맞선 소나무 같아
사람이 사람으로 산 추사 선생 여전하게
세한의 천 년 외딴 문 안에서
그리 푸르시다 더욱 푸르시다
*세한도의 유래
자한 제 16장으로 인해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가 탄생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귀중한 책을 수천리 밖 북경에서 여러 해를 두고 구해서 보내 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세한도가 명작인 이유는 바로 이 그림 한 장에 김정희가 추구한 불명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한'은 날씨가 추워졌다는 뜻으로 본다. <논어>이 편이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모든 나무가 다 시들어 버린 혹한의 계절에 소나무와 잣나무만은 여전히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추위를 이기는 굳센 뜻이야말로 그가 추구한 불멸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추위가 온다는 것은 시련이다. 그러나 그 시련의 계절에 선비의 아름다움이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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