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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시> 한명희 시인 '세한송백'
[전남방송.com=오현주 기자]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1/04/26 [09:53]
▲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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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한송백 歲寒松柏

 

 

                           한명희

 

 

  갑진년 정월 모일에

  추사의 이웃하던 송백 그 몇 그루

  화전지 눈밭에 심어주었지

  추위로 시드는 설 풍광에 외따론 집 하나

  언필칭 살아 솟은 나무 그결로 초묵 짙게 찍어

  시들지 않은 뿌리는 끝내 숨겨준 선생

 

  그림 밖으로 천지가 백백이라

  소년의 글문 두런두런 눈에 날리는 섬에서

  문 밖 울타리 빽빽한 안부를 세워

  추사는 다시 글을 뿌리로 묻노라고

 

  공의 자께서 침묵하지 않은 변은

  청청한 잎맥으로 사철을 지나는 일

  한 폭 속으로 모두 나란히 세운 법이

  간밤에 잠깐 북천을 다녀오마던 나무

  여전히 파랗게 살아죽는 법

 

  가시울타리 안 고적한 방을 엎딘 선생

  어쩌면은 세찬 바람에 맞선 소나무 같아

  사람이 사람으로 산 추사 선생 여전하게

  세한의 천 년 외딴 문 안에서

  그리 푸르시다 더욱 푸르시다

 

 

 

 

 

*세한도의 유래

 

자한 제 16장으로 인해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가 탄생했다.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귀중한 책을 수천리 밖 북경에서 여러 해를 두고 구해서 보내 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세한도가 명작인 이유는 바로 이 그림 한 장에 김정희가 추구한 불명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세한'은 날씨가 추워졌다는 뜻으로 본다. <논어>이 편이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모든 나무가 다 시들어 버린 혹한의 계절에 소나무와 잣나무만은 여전히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추위를 이기는 굳센 뜻이야말로 그가 추구한 불멸의 정신이었던 것이다. 추위가 온다는 것은 시련이다. 그러나 그 시련의 계절에 선비의 아름다움이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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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4/26 [09:53]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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