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주 시인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이다. 거창한 애국이란 따로 있겠는가. 이를테면 타국에서 우리말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그러하다. 현지에서도 신춘문예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캐나다의 실정상 당선작은 잘 배출되지 않고 다만 몇 년에 한 번, 한 편의 시가 입선하는 형편이라고 전하였다. 그가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이 분명한 일임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윤은주 시인의 신춘문예 입선작인 ‘의자놀이’는 유치원 다닐 적 기억을 토대로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의자놀이를 한다는 데에 사유를 확장해 풀어냈다.
“뜨락, 봄의 여인은 성모유치원 꽃밭에서 뱀을 밟고 계신 성모마리아 조각상입니다. 그녀는 하늘나라로 오르셔서 예수님 곁 의자에 앉았어요.”
윤은주 시인이 앞으로도 시들지 않는 시 정신으로 좋은 작품을 아름답게 꽃 피우길 바라며,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입선작을 싣는다.
의자놀이
윤은주
우물 속 종소리 울려 퍼진다
수녀의 치맛자락 장막처럼 일렁이고
작은 손과 발들이 그림자로
의자를 따라 움직인다
종소리가 멈추자
아이들은 제 의자를 가진다
한 아이를 울리는 놀이
종이 울리고 검은 치마가 펄럭이고
놀이는 되풀이된다
한 아이는 언제나 울고 있다
의자놀이에 지친 아이들이
머리카락은 하얗게 세었다
허리는 구리줄처럼 누렇게 휘어졌고
유치원 간판은 치매 양로원으로
바뀐 지 오래 되었다
뜨락의 꽃을 가꾸던 봄의 여인은
구름 스카프를 타고
하늘의 푸른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발아래 기인 잠에서 깬
뱀은 또아리를 풀고
한 여름밤의 숲속으로 사라졌다
<윤은주 시인 프로필>
효성여대 불문과 졸업(현. 대구카톨릭대)
2019년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입상
캐나다 문인협회 회원
현. 우편공사 캐나다 포스트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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