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문인선 시인<칼럼>'남성들이여 이제 그대들이 나설 차례다'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com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10/28 [16:27]
▲     © 전남방송


 

남성들이여 이제 그대들이 나설 차례다

 

 

여성 1호 초헌, 600년 이래 처음이라니! 지난 추석 때 도산서원 제례에 여성이 초헌을 올려 화제였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전근대적이며 가부장적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단 얘기 아닌가. 엄격한 격식을 차려야 했던 곳에서는 아직도 쉽게 그 틀을 벗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페미니즘 운동을 벌여온 선구자적 여성들의 노력이 육백 년의 세월을 거쳐 이제야 온전히 그 빛을 보게 된 것인가.

 

필자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우리 집에 또래의 친척 남자아이가 재를 넘어 찾아왔다. 처음 온 아이여서 촌수를 따지고 우리가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가를 찾아보자고 족보를 펼쳤다. 그 남자아이는 이름이 나오는데 필자의 이름은 아무리 뒤적여도 없었다. 그 순간의 당혹함이라니!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얼굴 붉어졌다. 그 기억이 오래오래 마음속에 박혀 있었다.

 

 

필자는 학교에선 남녀 학생을 막론하고 우수한 학생이었고 온 집안에서 애지중지 사랑을 받던 터라 그 자리에도 당당히 필자의 이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었으니 세상에 속절없이 속은 것 같은 심정이 되어 울면서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선 어린 딸에게 너무도 미안해하시며 너는 결혼하면 남편과 함께 올리어지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아버진 그게 참 잘못된 관습이라 생각한다.” 시며 다음 다시 족보를 바꿀 때는 꼭 너를 올리겠다고 약속하시었다.

 

그러신 아버지는 필자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집안 조상님들 시사를 모시는 날 필자를 산소로 데려가셨다. 산소 앞 제단에는 많은 제물이 정갈히 차려져 있고 그 앞에 두루마기를 입은 제관들이 길게도 늘어서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손수 지어 주신 도포를 근엄하게 입으셨다. 그 중앙 앞으로 내 손을 잡고 가 세우시더니 제문을 내가 읽게 해주셨다. 한자로 된 제문이었는데 나는 당당하고도 초롱초롱 그 제문을 잘 읽었다.

 

안날 저녁 아버지는 제문에 대한 설명을 그래서 미리 내게 하셨던 것 같다. 아마도 아버지는 족보에 필자의 이름을 올려주지 못한 것에 대한, 그날 필자의 울음에 대한 미안함을 그렇게 풀어주신 것 같았다. 아버지는 딸을 보며 늘 그 일을 미안하게 생각하셨던 듯하다. 그때야 아버지의 딸에 대한 아린 마음을 알았다.

 

 

얼마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외유 문제가 시끄러웠다. 그가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야당의 공세에 아내를 무시한 남자들의 문제, 곧 페미니즘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강 장관이 여자라서 그런 경우를 겪는다고 동정론과 연민의 정을 보내기도 하는 걸 들었다. 청문회에서 고개 숙인 강 장관의 대답 말린다고 들을 사람 아니어서란 말이 잘 증언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떠들어도 아직도 완고한 가부장적 그 관습은 알게 모르게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내가 공직에 있다면 남편은 아내의 입장을 마땅히 헤아려야 했다. 세상의 남성들이여! 이제 남성들이 대답할 때다. 스스로 가슴 저변에 못난 생각이 추호라도 깔려있다면 과감히 버리고 진실로 평등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 문인선 약력

 

시인/시낭송가/문학평론가/경성대창작아카데미 교수

교육청연수원 강사. ) 평화방송시 낭송담당

한국문인협회 중앙위원. 부산문협 연수이사. 한다사문학전회장.

연제문인협회 창립회장. 한중윤동주문학상 심사위원장

전국낭송대회 심사위원장. 2009전국예술제 시부문 대상.

실상문학작가작품상. 백호낭송 대상 외 다수.

시집으로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0/10/28 [16:27]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