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도곡정보문화도서관
짐승의 안쪽
박지웅
어수룩한 개가 아무거나 주워먹었다
쥐약과 건넛산에 놓인 달을 잘 구별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빛나는 달이 뒤뜰로 떨어지면 빛처럼 달려갔다
키우던 개와 닭은 주로 화단에 묻혔다가
이듬해 유월 머리가 여럿 달린 수국이 되었다
둥그스레한 수국 머리를 쓰다듬으면
묶인 새끼들이 먼저 알아보고 낑낑댔다
한동안 흙과 물과 바람과 섞여
백수국은 낯가림 없이 옛집 마당을 지켰다
닭이 다 자라면 날개를 꺾어 안고 시장에 갔다
닭장수는 모가지를 젖혀 칼질만 스윽 냈다
닭이 던져진 고무통 속에서 둥둥 북소리가 났다
피가 다 빠진 뒤에야 잠잠해지는 짐승의 안쪽
잠자리에 들 때마다 머리가 핑 돌았다
핏발선 꽃들, 힘세고 오래가던 어지럼들
닭 뼈다귀를 화단에 던져주면
수국은 혈육처럼 그러안고 밤새 핥는 것이었다
박지웅 시인은 본 기자에게 자신의 작품을 전하며 '졸시'라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출중한 스펙에 겸손한 자세를 더하는 그의 면모가 더없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문학상을 내 맘껏 줄 수 있다면 '아름다운시인상'을 그에게 덥썩 안겨주고 싶다.
<박지웅 약력>
부산 출생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지리산문학상
천상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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