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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대하소설 『금강』의 김홍정 작가, 연작소설 『호서극장』출간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20/09/16 [20:24]

- 공주 원도심 ‘장옥’ 배경, 일곱 편의 에피소드

- 사소해진 존재들의 복원을 통한 평등과 진실 꿈꿔

- “흔적을 되새기는 것이 사는 지혜고, 독한 주술呪術”

 

▲     © 이미루 기자

 

▲     © 이미루 기자

 

올해 초 10권의 대하소설 <금강>을 완간하며 세간의 화제에 올랐던 김홍정 작가가 연작소설 『호서극장』(도서출판 솔)을 내어놓았다. '호서극장'은 공주 원도심에 실존했던 세 개의 극장 중 하나이다.

 

소설은 충청남도 공주의 원도심 '장옥'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주로 `70~`80년대의 ‘호서극장’ 및 ‘제민천’ 주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피소드 ‘우물풀이’를 시작으로 ‘당산제’로 끝을 맺는 일곱 편의 연작 속의 주인공들은 ‘장옥’이라는 곳에서 살아간다는 공통점 외에는 서로 얽혀있지 않다.

 

박수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장옥거리의 사건과 인물들은 모든 인과관계의 건너편에서 동등하게 제 위치를 가진 존재들이다. 사건과 인물도 그렇다. 인물에 의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과 인물이 장옥이라는 장소를 구성하는 동등한 요인들이다”라고 평했다.

 

또한 “저 과거의 시간들이 모진 생활과 함께 채워왔으되 이제는 흩어지고 사소해진 존재들이 제 이름을 부여받는 일은 그러므로 지도그리기의 장소 복원을 통해 모든 존재들이 평등해지는 삶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복원된 제민천 주변 지도,  소설 『호서극장』중 © 이미루 기자


극장의 기능이 사라진 ‘호서극장’이 소설을 통해 복원되면서 기억에서 사라졌던 온갖 사람들의 리얼한 삶의 방식과 시대의 아픔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도 낯설지 않은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사라지고 허름해진 장옥의 풍경, 골목골목과 거리, 근대 건축물, 제민천 주변 등이 사람들의 삶과 함께 평등하게 우물에서 길어져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극장을 “속에 감춘 욕망을 자지러지게 드러내는 곳, 사람들이 소문을 키우자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다.”라고 했다. 작가는 극장을 영화를 보는 장소로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인 ‘근원적 삶의 현장’으로 확장시켰다.

 

또한 그는 “‘호서 극장을 모르는 공주 사람은 없다. 거기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놀며 행복하거나 슬픈 만남을 꿈꾸었다. 누구도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중략)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이집트,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극장으로 모인다. 원형의 흔적으로 남은 객석에 앉거나 총탄의 흔적이 무수한 무대로 나가 노래 하나쯤 부르고싶다. 여행자들을 불러내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고독하다.”고 말한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현대가 배경인 ‘사람들’에서 작가는 <은옥은 달라진 동네에서 옛 장옥 모습을 구석구석 흔적으로 찾아낸다. 그 모습에는 희미하지만 장옥 사람들이 그림자로 남아 숨 쉬고 있다. 그건 호서극장도 마찬가지다. 호서극장은 닫힌 문을 활짝 열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고, 몰려온 사람들이 그림자 꼬리를 길게 늘이고 서 있다. 은옥은 걸음을 재촉하여 호서극장 골목과 장옥 골목을 나와 제민천 다리 위에 선다.>라고 묘사했다. ‘은옥’의 목소리를 통해 호서극장의 복원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     © 이미루 기자

 

그는 “흔적을 되새기는 것은 연민만이 아니고, 사는 지혜고, 독한 주술呪術이다.”라는 말로 작고 하찮고 잊어져 가는 세계에 두레박을 던져 저 수면아래 가라앉았던 생의 진실을 퍼 올리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 ‘당산제’에서 이렇게 말한다.

“극장은 뭐든지 진실허잖냐? 너두 알지? 배우들이 얼마나 진실허냐. 울어야 헐 때 울고, 사랑허고 싶으면 사랑허고. 미워헌다고 혀서 그게 진짜 미워하는 게 아니 잖여”

어쩌면 작가는 진실을 추구하며 그 속에 깊이 자리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말하고 싶어 한다. 공주라는 한 지역의 공간을 넘어선...

 

김홍정 작가는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나 초ㆍ중ㆍ고 및 공주사범대학(현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30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했으며 충남작가회의, 유역문학회를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집으로 『창천이야기』와 『그 겨울의 외출』이, 장편소설로는 『의자왕 살해사건』과 『금강』(5부, 전 10권)이 있다. 역사문화 기행서 『이제는 금강이다』가 있다.

 

한편, ‘호서극장’의 간판이 사라진 옛 극장 건물에는 현재 ‘학생백화점’이라는 다소 뜬금없는 상호가 달려있지만 공주시와 많은 시민들의 문화적 열망에 힘입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김홍정 연작소설 『호서극장』/ 도서출판 솔 /목차 : 우물풀이, 소문, 환절기, 호서극장, 극장에는 쥐가 살고 있다, 사람들, 당산제 / ISBN 979-11-6020-147-5 / 280 페이지/ 13,000원

 

▲   학생백화점으로 바뀐 옛 호서극장  , 출처- 다음이미지© 이미루 기자
▲  호서극장 뒷담, 출처- 행복이 가득한 집  © 이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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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16 [20:24]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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