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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글벗 동인지 제9집 작품 둘러보기-part 2
고연주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3/23 [12:30]
▲     © 전남방송
▲     © 전남방송

 

 

댓잎의 노랫소리

 

      고연주

 

수북 진등 마을 여우비 뿌리면

저 멀리 삼인산 아래 무지개 수놓아

아이들은 너울춤을 추었지

한 뼘 한 뼘 키우던 유년의 꿈은

죽순 마디마디 가슴에 품었다

 

담양 읍내 오일장을 다녀오시면 양각리 다리 밑에

서 주워왔다며

"떡 장사하는 니 엄니가 아픈지 장사를 안 나왔더라"

근심 섞인 표정으로 놀리던 아버지의 따뜻한 미소

를 떠올리게 하는 곳

 

철부지 적 개울에서 멱 감을 때 새털구름 몰고 다

니며 알몸을 훔치던 그 하늘은 노을빛 파고들어

옛 기억을 풀어놓는다

 

메타세콰이아 길을 만들었던 친구는 흩어져 중년

이 되고 죽녹원 댓잎은 폭설에 껴안겨도 힘겹다고

말하지 않고 어느새 푸르른 팔 뻗어 하늘 향한다

 

관방천은 영산강 물줄기 따라 세월은 유유히 노래

하고 삼백 년 넘게 고을을 지켜온 팽나무 벚나무는

여전히 도도하다

 

고즈넉한 소쇄원의 정원이 사색하면

송강정은 시를 짓고

삼인산은 우리를 한결같이 반긴다

명목헌 연못의 달그림자는

진자리 떠난 친구에게 잘 익은 홍시 빛

그리움의 편지를 쓴다

 

<평설> 선중관 / 시인. 수필문학가. 시와글벗 회장

 

향수(鄕愁)에 젖게 하는 이 아름다운 작품은 화원(花園)을 운영하는 고연주 시인의 서정시로 시와글벗 동인지 제9집에 실린 작품이다. 산문형식의 자유시이지만 내재율(內在律)*이 흥겹게 깔렸다.

 

작품에 등장하는 마을과 산, 그리고 천(川)과 정자와 정원과 연못 등은 그 지역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야 자세히 알 수는 없다만, 대나무 죽순과 소쇄원, 송강정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서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의 한 마을임을 알 수 있다.

 

담양은 예로부터 대나무의 주산지이며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인 죽녹원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선정된 메타세콰이아 길, 관방제림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소쇄원, 식영정, 송강정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발길 닿는 곳, 눈길 가는 곳마다 머물고 싶은 곳이다. 전라남도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담양은 전체가 하나의 정원으로 자연과 역사, 문화와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예능과 예술의 고장이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성이 살아 숨쉬는 고장에서 그 정기를 받고 태어난 시인은 그 몸에 흐르는 서정적 감성이 시작(詩作)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시인이 운영하는 화원 역시 담양이라는 마을과 잘 연관되는 사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댓잎의 노랫소리>를 읽게 되면, 이 시에 어떤 장엄한 해설과 평론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시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며, 어린 시절의 추억담이고, 마을 풍경을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북 진등 마을 여우비 뿌리면

저 멀리 삼인산 아래 무지개 수놓아

아이들은 너울춤을 추었지

한 뼘 한 뼘 키우던 유년의 꿈은

죽순 마디마디 가슴에 품었다

    -<제1연>

 

천혜의 자연경관 아래 오붓이 들어앉은 마을 정경과 평화로운 모습이 한눈에 그려지는 저 아름다운 시구절(詩句節)은 운문(韻文)의 정석답게 아름다운 운율(韻律)을 수놓고 있으며, 마을의 특산물인 대나무 죽순과 아이들의 성장 모습을 잘 융화시켜 시의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년-846년)는, "시란 정을 뿌리로 하고 언어를 싹으로 하며 운율을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다" 라고 하였다. 2-5연으로 이어지는 시구(詩句)에서도 유년 시절의 추억담과 정, 그리고 마을에 대한 긍정심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으며, 중년이 된 지금 시점에서 느끼는 감회(感懷)가 섬세한 감성과 단아하며 능숙한 시어로 구사하고 있어 시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고즈넉한 소쇄원의 정원이 사색하면

송강정은 시를 짓고

삼인산은 우리를 한결같이 반긴다

명옥헌 연못의 달그림자는

진자리 떠난 친구에게 잘 익은 홍시 빛

그리움의 편지를 쓴다

  -<제6연)

 

고연주 시인의<댓잎의 노랫소리>는 시인이 갖춰야 할 감수성이 풍부하게 녹아있어 독자로 하여금 고향마을 뒷동산을 함께 거닐게 한다. 시인의 이 같은 풍부한 감수성은 고즈넉한 소쇄원의 정원으로 시작하여 삼인산과 명옥헌 연못, 그리고 푸르른 대나무로 이어지는 담양을 고향으로 둔 지리적 배경이 가슴속에 그대로 전이 됐을 터. 이제 시인의 그 풍부한 감수성이 이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그리고 각박하게 메마른 현대인의 가슴에, 유년의 추억과 고향을 그리게 하는 그리움의 편지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그 작품성에 찬사를 보낸다. 宣.

 

註) *내재율(內在律) : 자유시나 산문시에서 문장에 잠재적으로 깃들어 있는 운율. 즉, 일정하게 정해진 규칙 없이 시의 내용과 시어의 배치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인 운율을 말함.

 

 

 [ 고연주 시인 프로필 ]

 

대한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수상

시와글벗 동인

대한문인협회인천지회 회원

가온문학회 홍보부장

시상문학 회원

북카페 사랑하니까 운영

우리말 매일 사행시 짓기 으뜸상 수상

2018년 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선정

시집<사랑하니까>,<아파도 괜찮아>

공저. 시와글벗 동인지 제8집<벗은 발이 풍경을 열다>제9집<어느 날엔가 바람에 닿아>

세광식물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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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3 [12:30]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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