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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이연주 시인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0/03/09 [04:05]
▲     © 전남방송

 

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이연주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아침을 깨웁니다

 

초침은 빠르게 달려

빛바랜 강에 붉은 물비늘 만들고

 

오순의 고개를 넘긴

필연과 인연 사이에서

늘어진 그림자를 만들어 갑니다

 

지금이라는 시간을 지나

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지난날 함께 했던

눈물 불러 웃음을 입히고

아픔 불러 행복을 입히고

모든 추억 불러 축제를 하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안고

숯덩이 된 가슴을 보듬어 주렵니다

 

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앞으로 남아 있을

소풍을 위해

 

 

<평설>

선중관 /시인, 수필문학가.시와글벗 회장

 

나이란 참 이상해서 자기보다 한 살이라도 적은 사람은 아주 어려 보이고, 자기보다 한두 살 많은 사람은 내 나이가 저렇게 먹지 않아서 다행스럽다는 듯 아주 늙은 사람으로 보이고, 자기에게도 그날이 곧 닥칠 것이지만 아주 먼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나이는 항상 자기 기준에서 적정선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연주의<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이 시는 오륙십 고개를 넘겨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서 내 이야기처럼 애착이 가는 시이다. 이 시의 화자인 시인이 시의  셋째 연에서'오순의 고개를 넘긴'이라고 밝히고 있듯, 시인의 나이가 대략 오십 중반의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유추해 본다. 사실 오십 중반이나 육십이나 년 수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시인은 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 이란 표현으로 육십 살에 대한 어떤 중압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그것은 환갑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쌓여가는 연륜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 시는, 육십이라는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한 여인의 변곡점 같은 울림이 있다 하겠다. 지금껏 인생 1막을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인생 2막을 살아가겠노라는 각오이며 바람이고 절규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아침을 깨웁니다

 

        초침은 빠르게 달려

       빛바랜 강에 붉은 물비늘 만들고

               -<제1-2연>

 

시인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라는 수동적 표현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에는 자신을 위한 능동적인 삶이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어야 했던 생활, '나'라는 존재를 감추거나 잃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 세월이 빠르게 흘러 '빛바랜 강에 붉은 물비늘'처럼 육신도 변해가고 있으니, 육십이 되면 무엇인가 새로운 삶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시인의 눈물겨운 바람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고 소망이기에 가슴에 절절하게 파고든다.

 

         지난 날 함께 했던

         눈물 불러 웃음을 입히고

         아픔 불러 행복을 입히고

         모든 추억 불러 축제를 하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안고

        숯덩이 된 가슴을 보듬어 주렵니다

                       -<제5-6연>

 

시인은 이제 육십이라는 변환점에 들어서면 자신만을 위한 세계를 꾸며보겠노라는 다짐을 한다. 그것은 욕심도 아니고 과한 사치심도 아니다. 너무나 소박하고 순수한 일상의 것들을 다시 한 번 보듬는 일이다. '눈물 불러 웃음을 입히고'라고 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흘려야 했던 눈물을 그칠 의향은 없다. 계속 흘리되 웃음을 덧힙다는 것이다. '아픔 불러 행복을 입히고' 라고 했다. 아픔을 버리지 않고 아픔 위해 행복을 입혀 자신의 위치를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눈물겹고 아름다운 여인의 한 생애를 조망하게 되고, 이 땅의 모든 여인의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는 점에서 숙연함을 느낀다.

 

그렇다. 삶은 처한 환경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살면 그 삶이 제일 행복한 삶이다. 삶에 어떤 혁명을 가하듯 지난 삶을 다 부정해 버리고 완전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학자이며 시인인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 1809-1894)는 "아무렇게 사는 40살보다는 일하는 70살의 노인이 더 명랑하고 더 희망이 많다." 라고 했다.

 

이연주 시인은<내 나이 육십이 되거든>이란 작품을 통해 지금껏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소박한 꿈을 이루며 '소풍'처럼 즐거운 삶을 살기를 소망하고 있다. 혹 있었을 불행한 일들과 아픔, 그리고 눈물, 그 역시 소중한 삶의 흔적들이었기에 그 위에 행복의 옷을 입혀 남은 생은 소풍처럼 살고 싶은 작은 소망. 이 땅의 모든 중년 여성들의 바람이며, 숯덩이 같은 가슴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생각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宣.

 

<이연주 시인 프로필 >

 

충북 충주 출생

서울문학 신인문학상 시부문 등단

서울문학 문인회 정회원/ 재무차장

한국좋은시공연 문학회 정회원

월간 시사문단 정회원/ 빈 여백 동인

21문학시대 문인협회 정회원/사무국장

시와글벗 문학회 동인/ 제7집,8집 공저

시에문학회 정회원/ 시에티카 동인

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시사문단 200호 특집시 선정

시에티카 2018년. 2019년 공저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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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09 [04:05]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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