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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교사 시인 강대선 2019년 신춘문예 2관왕 달성
-동아일보 시조, 광주일보 시로 당선
 
이미루 기자   기사입력  2019/01/03 [23:22]

 

▲  강대선 시인   © 이미루 기자

 

 

본 방송 문화마당의 시가 지나간 자리에 좋은 시와 시평을 꾸준히 기고해 준 강대선씨가 2019년 신춘문예에서 2관왕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꾸준한 창작활동으로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시인은 시, 소설, 수필, 시조, 가사, 평론 등 다양한 문학 영역에서 문학적 열정을 쏟고 있는 문학계의 멀티 플레이어다.

 

강시인은 한국해양문학상에서는 시로 여수해양문학상에서는 소설로 입상한 경력 외에도 에세이스트 신인상, 담양가사문학상 등 다양한 문학상에 입상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이다.

 

그는 현재 본 방송 문화본부사장인 정윤천 시인의 시빚기반 일원으로 시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기울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동아일보에 실린 강대선시인의 시조를 지면 그대로 옮겨왔다.

 

▲  강대선 시인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작   © 이미루 기자

 

강대선시인의 동아일보 시조 당선소감

 

당선 소식을 받고 어린 시절 나주에서 바라본 노을을 떠올렸습니다. 저에게 시조는 노을처럼 붉기도 하고 그런데 붉음만은 아니어서 어두운 낯빛을 띠기도 하고, 때론 서운케 돌아눕기도 했으나 언제나 제 곁에 머물고 있는 고향이었습니다. 먼저 연로하신 부모님께 당선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어 정말 기쁩니다. 정말 운명처럼 시조가 저를 부르는 시간이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지난 동아일보 신춘문예 기사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2014년 당선자들이 물에 떴으니 문학의 바다로 나아가야죠라는 문구 앞에서 화사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문득 나 또한 이제 물에 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로 방향키를 잡아야 할지는 이제 순전히 당선자들의 몫일 것입니다. 하지만 문학이라는 배를 타고 함께 가는 이들이 있으니 그 길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 또한 항해를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동아일보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용기를 북돋아주신 허형만 은사님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신 정윤천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함께 한 지송시회, 시빚기반, 죽란시사회, 손오작가회, 국제PEN광주 회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유은학원 제자들과 경진, 준원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99도가 아니라 100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마음에 품고 글을 썼습니다. 1도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한 발을 더 내디뎠을 때 정상이 보이고 한 번 더 바라보았을 때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앞으로도 끓어오르는 1도의 열정을 품고 시조의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 가겠습니다.

   1971년 전남 나주 출생 전남대 불어불문학과·조선대 국어교육과 졸업 광주여상고 교사

   

한편 그에게 신춘문예 2관왕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광주일보의 시부문 당선작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구릉

강대선

 

아가미를 버들가지에 꿰인 메기가 탁자에 앉아 있다

 

딸려온 물빛이 거무스름하다

 

물내가 전부였을 것 같은 저 입으로

 

뻐끔거리는 허공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고향을 바라보려는 듯 눈을 부라린다 수염은 그가 한 마을의 유지였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구릉이 실은 고분이었다는 구깃구깃한 신문기사가 메기 앞에 놓인다

 

고분에는 왕이었을 어쩌면 한 고을의 유지였을 사람의 뼈와 금으로 된 장신구가 신발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고 한다

 

신발이 수염이었을까

 

구릉 속으로 유영을 하는 메기가 버들가지를 빠져 나온다

한 때는 잘 나갔던 기억으로 살아온 주인장이 하품을 한다 눈물이 찔끔거리는 메기가 끓는 탕 속으로 몸을 던진다 구릉은 왠지 메기의 잘 나가던 한 때처럼 쓸쓸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신발처럼 남겨진 버들가지를 허공으로 보내준다

 

한 번은 어디론가 훨훨 날아보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遺志였다

      

심사위원 손택수 시인의 심사평

 

시는 뜻과 이미지에 기대면서도 뜻과 이미지를 넘어서는 시적 울림이 있어야 한다. 뜻과 이미지가 건축물이라면 울림은 건축을 있게 하는 여백의 공간이다. 대상과 현실을 해석하면서도 여백을 품고 있는 언어는 지금 여기의 시를 두근거리는 미지의 상태로 있게 한다.

재래의 서정시들로부터 아슬아슬한 언어실험, 현실에 대한 핍진한 묘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개성의 향연을 뒤로 예심을 통과한 20여편의 작품 중 최종적으로 표준형 인간우리들의 시간은 없고’, ‘구릉이 남았다.

먼저 표준형 인간은 생활 세계의 구체적 현장에서 세계의 그늘을 탐색하는 아이러니한 어조가 인상적이었으나 나는 복제물이 많다같은 기시감 있는 문장들과 덜컹거리는 호흡이 다소 아쉬웠다. ‘우리들의 시간은 없고는 구어체의 자연스러운 흐름과 탄력있는 이미지 운용, 세계의 그늘과 존재의 그늘을 씨줄과 날줄로 조직하는 날렵한 구성력이 돋보였다. 동봉한 시편들 또한 평균 이상의 고른 수준으로 안정감이 있었으나 문제는 그 안정감이 예측 가능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선작으로 선정한 구릉은 신선한 이미지가 일품이다. 일상 공간의 대상들을 재구성함으로써 낯설게 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도약 또한 감탄스러운 데가 있다. 고고학적 상상력을 인유하는 방식에 있어 기운 흔적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예상치 못한 가족서사와의 결합을 통해 절제된 방식으로 갈무리한 결구는 불만을 잊게 하는 긴 여운을 갖고 있다. 그리하여 시적공간 내에 머물던 파문이 시적공간 밖으로 퍼져나간다. 언어와 수사가 과잉된 시대,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여백의 감각이 아닌가.

 

언제부턴가 한국문단에서 전라도 혹은 광주전남 문학의 위기론이 제기되어 오던 시점에서 강대선 시인의 신춘문예당선 소식은 단비와도 같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동문수학의 길을 걷고 있는 시빚기반을 비롯한 광주전남의 여러 문학단체에서도 벌써부터 강대선 시인의 활약은 귀감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인으로서의 그의 여정에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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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03 [23:22]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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