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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지나간 자리_다행스러운 일
 
강대선   기사입력  2018/11/09 [13:55]

 

다행스러운 일

 

조법수

 

 

첩첩산중에

절이라도 있어서

 

천년이 지나도록

사람이 살고 있어서

 

마침 대문 없는

수행자의 처소라서

 

간청하지 않아도

한 잔 물을 마실 수 있어서

 

잠시 안개처럼 살포시

앉았다가 갈 수 있어서

 

그리운 사람을 위해

향한 촉을 사를 수 있어서

 

내려다보이는 저 땅이

나를 기다리므로

 

거리낌 없이 누군가를 위해

축원할 수 있어서

 

이 얼마나 다행인가

첩첩산중에 절이 있어서

 

 

시인 조법수

 

부산 연대사에서 수행 중. 단편동화집 부처님을 만난 하녀염불시집빗종이에 군붓질이 있음. 시산맥 특별회원으로 활동 중.

 

 

詩說 강대선

▲     ©강대선

 

 

『시와 사람으로 등단. 구름의 공터에 별들이 산다외 시집 3. 모던포엠 문학상, 국제펜광주 올해의 작품상, 광주시인협회 올해의 작품상, 여수해양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수상. 현 광주여상고 교사.

 

 

 

기실 감사함이란 그리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란 핑계로 잠시 집 근처라도 거닐다보면 붉게 물든 낙엽과 청명한 하늘빛과 앞서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정답게 느껴진다. 나와 함께 있는 것들에 감사한다. 시인은 말한다. “첩첩산중에 절이라도 있어서다행이라고. 첩첩산중에서 길을 잃어본 사람은 안다. 앞이 막막한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기나긴 시간을. 인생을 살면서 첩첩산중에 들 일이 왜 없겠는가. 어디를 봐도 길이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 같은 절망이 엄습해 올 때 누군가 나와 함께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강아지와 고양이만 곁에 있어도 위로가 된다. 그런데 천 년 동안 그리운 사람을 축원하기 위해첩첩산중 절에는 수행자가 살고 있다. 가슴 따뜻해지는 일이다. 수행자에게 그리운 이들은 상처 받고 힘없는 중생들일 것이다. 가을이 따뜻해지는 이유이다. 김사인 시인의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를 떠올려 본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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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09 [13:55]  최종편집: ⓒ 전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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