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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시인의 문학 칼럼
'별 담은 호수'와 심현진 시인의 희망 수사학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1/11/29 [09:43]
▲     © 전남방송

▲ 사진/ 이광희 시인

 

 

『별 담은 호수』와 심현진 시인의 희망 수사학

                                 -이광희(시인)

 

현실적으로 시가 지닌 무용성과 무목적성으로 인해 갈수록 시의 향유 가치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인들은 왜, 내밀한 내면세계의 열병을 언어의 칼로 가공하고 그 상처를 내뿜으려고 하는가.

 

심현진 시인 역시도 생의 라스푸티차를 지나면서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과정을 자신만의 희망의 언어로 조탁(彫琢)하여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냈다. 시인이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지극한 시적 당위성에 근거한다. 시대에 함몰되지 않고 순수 영혼의 발화점이 되어 무용성과 무목적성을 뒤집는 작업이기도 하다.

 

심현진 시인의 첫 시집 『별 담은 호수』는 오랜 기간 시인의 정서적 거리를 환산하여 비로소 바깥 공감 지대로 옮겨놓는 지각작용의 육화일 것이다.

 

심현진 시인은 일상과 자연에서 쉽게 발견한 장면일지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뇌리에 빼곡히 그려 넣는다. 사소한 것으로부터 '매의 눈'에 포착한 시적 접점, 그 순간은 바로 설렘이다. 설렘이란 '낯섦'에서 찾아온다. 시인의 이러한 '낯섦'의 시선으로 포획한 상상력은 순례자인 독자의 감각기관을 깨워놓는다.

 

심현신 시인의 낮게 깔린 창법(唱法)에도 애환과 곡절의 흔적들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벼랑의 기도, 「애마, 그대」, 「봄비도 아픈가 봐 」,「쉬어가도 괜찮아 」등이 그렇다. 시인은 어둠 속에서 서툰 발성으로 노래 했을 뿐인데 두레박에서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파문을 일으킨다. 희망이다. 그 치유의 흔적에서 우리'동일시'되고, 동일성의 기반 위에서 통시적인 공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심현진 시인의 시적 경향은 가볍고 딱딱한 탁구공 같지만, 그 안에서 탄환처럼 감동을 저격하는 역동성이 살아 있다. 시인의 치열한 삶과 감정의 무게가 실린 '견딤'이라는 압축 신호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어둠의 껍질을 벗기는듯 눈에 들어오는 것, 귀로 들리는 것, 몸에 닿는 것 등의 다감각적 것들을 변주하여 마침내 희망적인 언어로 조응(照應)한다.

 

특히 시인이 일상에서 얻은 외로운 기억의 질료(質料)를 이미지화한 작품 「어름사니」는 즉물 대상의 세계를 시인 자신의 경험 세계로 이관시킴으로써 직관의 세계를 보다 '내적 인격화'하고 일인칭 화자의 세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누구에게나 모든 경험은 추억이 된다. 그 추억은 사라지기도 하고 때론 생성되어 교시적(敎示的) 의미를 드러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미학적 이미지로 재생하는 것은 시인 자신 뿐이다.

 

경험의 행적을 좆아 기억을 재생하고 거기서 창출된 이미지가 바로 심현진 시인만의 개성으로 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집은 시인의 심장을 갖다댄 순결한 기록이다. 그 기록의 순간은 마침내 활자화됨으로써 더욱 찰지다. 심현진 시인은 단연코 고차적인 미를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통의 독백적 진술을 통한 치유와 희망의 수사적 발현일 뿐이다. 기어이 심현진 시인의 첫 시집 『별 담은 호수 』가 여백과 잔상의 파상으로 번져가길 바란다. - 우보 이광희.

 

 

덧)

이광희 시인은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하였으며 현재 시와달빛 문학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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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11/29 [09:43]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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