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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형 시인 '만성이' 맑은숲 바로 그 시인
[오현주 기자 = 전남방송.com]
 
오현주 기자   기사입력  2021/01/27 [15:55]
▲ 맑은숲 이원형 시인     © 전남방송


 

.                          만성이

 

 

                                  맑은숲 이원형

 

 

 

김만성은요

울 어머니 둘째 오빠 복환씨 셋째 아들인데요

어쨌든 대기만성 하라고 붙여준 이름이라는데요

아버지가 지어준 그릇을 채우느라 여태 쩔쩔매지요

공장 기름때 로션처럼 처바르고 묵은 먼지를 분가루인 양

뒤집어쓰고 받은 삯으로 마누라 빤쓰 브라자 사 나르고

아들놈 대학등록금 충당하고

딸년 데이트비용에 쏟아붓곤 했더랬지요

밑빠진 독에 물 붓고 남은 화투판 개평 같은 돈으로

고단함 달래줄 막걸리를 무슨 전리품처럼 들쳐메고

낮은 추녀 밑으로 허리 숙여 스며드는 일벌, 만성이는요

내가 꽈리고추 같은 자지로 새로 시침한 이불에 오대양 육대주를 그려 넣던 시절의 

만행과 볕 좋은 담벼락의 황토를 긁어먹어 기어코

바람구멍을 내놓던 기행을 낱낱이 지켜본 산증인인데요

쥐방울 같은 눈에도 큰 그릇 같았지요 시시콜콜

다 받아주고 덮어주고 감춰주곤 했더랬지요 커서

뭐라도 될성싶었지요 되도 크게 되겠구나 싶었지요

수틀리는 어느날인가는 외가의 애지중지하는 셋째 손가락

만성이의 팔뚝에 이빨 자국을 새겨넣기도 했지만요

술 심부름은 눈칫밥으로 잔뼈가 굵어가던 어린것의 부화를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지요 술맛이 하도나 궁금하여

홀짝홀짝 만성이랑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 오간

막걸리 탓만은 아닐텐데요

길도 취기가 도는지 갈지 자를 그렸지요

황톳빛으로 익어가던 쌍방울, 우리 친형제 못잖은 혈육이었지요

꿀단지는 못 되고 만성이의 애물단지였던 나는요

만성이와 한 살 터울

한 배에서 난 건 아니지만 한 배를 탄 동지 같았지요

도비산처럼 듬직하고 묵직하던 만성이, 형은요 여전히

대기만성 중이지요

뭐라도 됐으면 싶은데 되더라도

방죽만 한 큰 그릇이 됐으면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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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1/27 [15:55]  최종편집: ⓒ 전남방송.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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